읽은 뒤

열 문장 쓰는 법

미녕 1ofyoung 2020. 5. 11. 20:29

 

 

 

저자의 책을 두 권 읽었었다.

이번 책은 전에 읽었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동사의 맛」처럼 첫눈에 마음이 동하여 구매한 책은 아니다.

주절주절 나의 글을 쓰고 있을 때라,

건방지게도 열 문장은 스스로 쓸 수 있다 여겼나 보다.

 

책을 사면 교정 부호가 적힌 커다란 종이를 줬다. 그게 갖고 싶었다.

저자는 교정자로 오래 일한 경력이 있기에,

왠지 더 믿음이 가는 그 교정 기호표를 내 방 한편에 붙여두고 싶었다.

투박한 글을 잘 다듬어 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책은 짐스럽지 않은 크기에 제법 화려한 표지를 하고 있다.

글을 모두 읽고 들었던 생각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동사의 맛」, 「열 문장 쓰는 법」 순으로 읽을 게 아니라

「열 문장 쓰는 법」,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차례로 읽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얕은 아쉬움이었다.

「열 문장 쓰는 법」은 글쓰기와 친해지는 방안에 관해 이야기하고,

「동사의 맛」은 다양하고 쓰임이 헷갈리는 동사의 정의와 함께 세세한 예시를 알려준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쓴 글을 다듬어 가는 방안을 담고 있는 책이다.

그러니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열 문장 쓰는 법」,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가 맞지 않을까?

글쓰기와 친해져, 가장 적합한 동사를 사용해 글을 쓰고 다시 한번 쓴 글을 다듬는다.

그래, 이게 맞다.

 

말 그대로 책은 문장을 시작하고 쌓아나가는 방식을 알려준다.

특별한 비법을 늘어놓기보다, 함께 써보자 제안하며 내용을 이끈다.

책을 읽으며 숙제를 받게 되는 형식이다.

강제성이 없는 숙제지만,

따라 해본다면 글쓰기가 막연히 두려운 사람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될 방법이다.

주제마다 저자가 본보기가 되어 주기에, 결코 이해가 어렵지 않다.

 

글쓰기가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라 인위적인 행동이라는 정의,

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입장,

왜 지금 글쓰기가 화두가 되어 해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에 대한 분석,

중간중간 곁들어지는 작가의 시선도 공감을 이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글쓰기라

오히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을 택한 것도 알맞아 보인다.

 

몇 권의 글쓰기에 관한 책을 봤다.

내가 읽은 책에 한정되지만,

글을 대하는 자세, 가져야 하는 습관, 저자 본인 혹은 유명 작가의 글 쓰는 방법,

마지막엔 써보라 던지는 몇 개의 단어나 주제까지,

모두 글쓰기는 힘들고 고된 일임을 전제로 끈기와 노력으로 그것을 극복해 나가길 제안하며 끝을 맺었다.

작가를 희망하거나 전문적인 글쓰기 비법을 갈망하는 이에게는 유익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괜히 글 쓰는 법을 배우겠다 덤볐다가

되려 두려움만 커져 뒷걸음질 치게 하는 일도 있지 않을까 염려한 적이 있다.

 

작가의 이번 책은 누구나 따라 해볼 법한 방안을 제시한다.

어렵지 않다.

어쩌면 일기장에 나의 하루를 잘 정리해보고 싶다는

작은 목표를 가지고 접근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문턱이 낮은 글쓰기 책이다.

그럼에도 마냥 깊이가 얕지 않다.

저자의 말은 독자 앞에서 시시각각 모습을 바꿔,

꼭 그가 필요했던 문장이 되어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친절함도 베풀 것이다.

 

 

 

 

괜히 책장에서 꺼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