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놓으면 한정 없이 게을러지는 본성이라 텀블벅을 통해 마감을 정했다.
5월 29일.
프로젝트 펀딩은 종료되었고 목표액은 꽉 차고도 아슬하게 넘겨 108%를 달성했다.
여태껏 가보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디딘 것 치고는 부족함이 없는 수치.
펀딩 기간 동안 하루하루 줄어드는 마감 시간을 확인하며 해야 할 일을 글로 남기고 하나씩 지웠다.
생각보다 시간이 덜 걸리는 일도, 또 서둘러도 모자란 일도 많지만
어찌어찌 두 권의 샘플본을 만들었고, 리워드로 제공할 물품도 모두 제작을 마쳤다.
기한에 쫓겨 일하던 버릇이야 익숙하다.
하나, 그 끝에 나의 이름이 새겨진다는 사실에 조금은 어깨가 무겁다.
그 때문인지 두 번째 샘플본이 나왔던 날은 꼬박 하루 동안 책 표지 한 장을 넘겨보지 못했다.
여태 부릅뜨고 찾아대던 오타와 투박한 말들.
몇 번이고 고치고 고쳐 이제는 더 없다 확신했었으나, 마지막 연습이라 생각하니 왜 그리 부담스럽던지.
마주하려니 두려운 마음이 가장 먼저 찾아왔다.
‘처음이라’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다.
어쨌건 이름을 걸고 만들어 낸 책이, 처음이라 미숙하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생각을 실행으로 옮김에 뿌듯함을 느끼지만, 그 결과물은 영원히 남기에 더욱 집중한다.
이제, 내일이면 모두 인쇄되어 책이 된 이야기가 세상에 나온다.
구겨진 면 없이, 밀리는 자리 없이, 무뎌진 모서리 없이,
무엇보다 제 자리를 벗어난 한 톨의 글도 없이 각자의 주인에게 안전히 닿기를 바란다.
내 품에 부족한 자식이 아닌 뿌듯함을 안겨줄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어주길 간절히 기도한다.
이번만큼은 마음껏 욕심내고 싶다. 그간의 노력을 눈으로 확인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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