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고, 텀블벅을 시작해야겠다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후원자에게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정성이 들어간 서적은 기본으로,
어떤 것이 내 책을 택한 이들의 취향에 마침맞을지 생각한다.
열심히 텀블벅을 뒤적거렸다.
다른 창작자들은 어찌 진행하고 있는지.
본 창작품만큼 따라오는 리워드가 중요한 것도 사실이니까.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주 창작품과 연계한 ‘의미’ 있는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
실제 진행에 무리가 없을 제작 일정과 금액이 수반되어야 함.
다시 한번 나의 책을 뒤적거렸다.

+ 보호자의 엽서
입원 기간, 보호자로 곁에 있던 엄마의 그림이 퍼뜩 떠올랐다.
얼핏 유아다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막 어린아이의 그림 같지는 않고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엉망은 아닌 그림.
엄마만이 그릴 수 있는 그 그림을 살려보고 싶었다. 그대로 두긴 아깝다.
다행히 휴대전화 속에 병원에서 그렸던 그림이 여러 장 있다.
개중 가장 마음에 드는 두 장을 고르고, 컴퓨터로 다시 선을 따 엽서에 올렸다.
딸이 아프지 않길 간절히 바랐던 엄마의 마음을 담아
간직한 이의 건강을 지켜주는 ‘보호자의 엽서’라 이름 붙인다.


+ 재발 방지 스티커&마스킹 테이프
표지를 직접 디자인했다.
한껏 날카롭던 병원 생활 동안, 나는 사방에 커튼을 치고 지냈다.
침대를 둘러싸고 있던 커튼의 이미지가 책의 내용을 잘 나타낼 것이란 판단이 들었다.
정확한 형태보다, 머릿속에 남아있던 이미지를 활용하기로 한다.
주요 두 색을 뽑아냈고, 나의 상태를 나타내는 기호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반창고를 만들어 볼까 고민했다.
책 내용과도 어울리고, 의미도 있으니까.
하지 않은 이유는, 아플 때만 꺼내 써야 하는 반창고의 기능성 때문이다.
차라리 쉽게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이 낫겠다 싶었다.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듯,
일상에서 붙여 감쌀 수 있는 것을 떠올려본다.
재발 방지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책의 내용에도 담겨있지만,
재발이 무서운 환자인 나는 내 책을 만나는 모든 이에게
몸과 마음의 아픔이 재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마음을 그득 담아,
스티커와 테이프가 일상 속 재발 방지턱이 되어 그들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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