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 어린이라는 세계 생애 첫 출산을 앞둔 2월, 조리하는 동안 이래저래 어수선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 뭔가 읽고 싶은 마음에 주문한 「어린이라는 세계」. 구독하고 있던 수많은 책 관련 계정에서 동시에 이 책을 소개하고 있었기에 얼마나 좋은 책일까 기대하며 택배 상자를 뜯었던 기억이 난다. 덧붙여, 제목을 차지하는 ‘어린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난생처음 엄마가 될 독자의 처지에 아주 적당하지 않나 싶더라. 초짜의 다짐은 곧 고꾸라지고, 아이를 낳고 약해질 대로 약해진 체력에 이 책은 한참을 출산 가방 어딘가에 콕 박혀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음에도 한동안 방치된다. 책장 어딘가에서 긴 시간을 보낸 뒤, 또다시 구매자의 손에 붙들리게 된 「어린이라는 세계」. 좋다는 책을 이대로 놓쳐버릴 수 없으니 다시 펼친다. 막 읽어 들어가기 .. 2022. 4. 6. SPB20에 참여한다. 3월 첫째 주 토요일. 그때도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망원동에 있는 ‘이후북스’에서 5주간 책 만들기 워크숍이 열렸고,집에서 1시간 30분이 꼬박 걸리는 그곳으로 매번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며 즐거운 걸음을 옮겼다. 이미 원고를 써놓았기에 더 부담 없지 않았나 싶다. 다섯으로 시작했지만 5주 뒤엔 셋이 남았다. 그간 서로가 만들고자 하는 자신만의 책에 대해 매우 쑥스러워하며 이야기를 나눴고, 또 용기를 내 그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혼자서도 충분히 책을 만들만한 능력자들이셔서(나 외에는 실제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경력을 쌓으신 분들이었다.) 어떤 지식이나 기술이 부족해 워크숍에 참여했다기보다 끝까지 갈 힘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다. 나 또한 그 부분이 가장 간절했다. 이미 가본 경험자도 필요.. 2020. 10. 29. 용기 있고 게으른 자의 미용실 몇 개월 단위로 머리가 부스스해지면 자연스레 발길이 향하는 미용실이 하나쯤은 있다. 이리저리 여러 곳을 전전하다 마침맞는 그곳을 발견했을 수도 있고,그냥저냥 마음 밖으로 날 실력까진 아니기에 다른 곳을 찾는 번거로움을 피할 겸 다시 그 미용실을 찾기도 한다. 내 경우를 살피자니 ‘현재’는 고정적으로 가는 곳이 없다. 1년 전 사는 지역이 바뀌고 난 후로는 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고 덥수룩한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꽤 길다. 어린 날에는 엄마가 지정해 주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큰 변화 없이 3년 내내 똑 단발로 지냈던 중학생 시절을 지나, 고등학생 시절엔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쿠폰을 마구 뿌려대는 번화가의 공장형 미용실에서 몰래 파마도 했었더랬다. 자유를 얻는 성인이 된 이후엔 ‘근거리 미용실’이 조건 .. 2020. 10. 27. [찾아가는 서점/질문서점 인공위성] 거짓말이다 질문서점 인공위성. 몇 년 전 부산 중앙동 책방 골목의 고서점에서 처음 만났다. 매월 인공위성이 띄우는 하나의 질문을 마주하고, 오직 그 문장을 단서로 독서 모임에 참여하게 되는 규칙에 마음이 끌려 참여했다. 미리 책을 공개하고 읽어오는 대부분의 독서 모임과는 달리 그 자리에서 선정된 책을 확인하고, 참여자들과 함께 읽어나가며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책을 만나게 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궁금증이 인공위성을 찾게 되는 주된 이유가 된다. 책은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오직 질문 문장만이 새겨진 새하얀 종이를 한 겹 두르고 있다. 포장을 열게 될 때의 두근거림이 인공위성에 참여하는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어떤 책을 만나게 될 것인지, 만났던 질문과 손에 든 책은 어떤 연관이 있을지, 혹시 이전에 읽었던 책.. 2020. 7. 28. 이름 새김의 두려움. 풀어놓으면 한정 없이 게을러지는 본성이라 텀블벅을 통해 마감을 정했다. 5월 29일. 프로젝트 펀딩은 종료되었고 목표액은 꽉 차고도 아슬하게 넘겨 108%를 달성했다. 여태껏 가보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디딘 것 치고는 부족함이 없는 수치. 펀딩 기간 동안 하루하루 줄어드는 마감 시간을 확인하며 해야 할 일을 글로 남기고 하나씩 지웠다. 생각보다 시간이 덜 걸리는 일도, 또 서둘러도 모자란 일도 많지만 어찌어찌 두 권의 샘플본을 만들었고, 리워드로 제공할 물품도 모두 제작을 마쳤다. 기한에 쫓겨 일하던 버릇이야 익숙하다. 하나, 그 끝에 나의 이름이 새겨진다는 사실에 조금은 어깨가 무겁다. 그 때문인지 두 번째 샘플본이 나왔던 날은 꼬박 하루 동안 책 표지 한 장을 넘겨보지 못했다. 여태 부릅뜨고 찾아대던.. 2020. 6. 4. 파과 암살자, 여성, 노인. 어떤 의도로든 쉽게 엮일 단어가 아니다. 「파과」는 킬러이자 여성이며, 60이 넘은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설정부터 흥미로워, 주인공이 어찌 이야기를 끌어갈까 궁금증을 더한다. 주인공 조각은 방역 회사에 속해, 이유 불문 조직에서 지정해 주는 대상을 암살한다. 그 세계 용어로 ‘방역’, 누군가를 죽여 없앰을 일컫는다. 타고난 실력으로 40년간 완벽히 일을 마무리하던 그녀도 60대 중반에 들고서는 본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무리 않는 선의 의뢰를 골라 처리하며, 다가올 은퇴를 어렴풋이 그리는 하루를 산다. 초반부 그녀의 노화에 대한 언급이 길어질수록, 혹 「살인자의 기억법」마냥 나이 듦과 감퇴하는 기억력으로 인해 본업인 방역에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되는 내용이 아닐까 쉽게.. 2020. 5. 20.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