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4 파과 암살자, 여성, 노인. 어떤 의도로든 쉽게 엮일 단어가 아니다. 「파과」는 킬러이자 여성이며, 60이 넘은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설정부터 흥미로워, 주인공이 어찌 이야기를 끌어갈까 궁금증을 더한다. 주인공 조각은 방역 회사에 속해, 이유 불문 조직에서 지정해 주는 대상을 암살한다. 그 세계 용어로 ‘방역’, 누군가를 죽여 없앰을 일컫는다. 타고난 실력으로 40년간 완벽히 일을 마무리하던 그녀도 60대 중반에 들고서는 본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인정하고 무리 않는 선의 의뢰를 골라 처리하며, 다가올 은퇴를 어렴풋이 그리는 하루를 산다. 초반부 그녀의 노화에 대한 언급이 길어질수록, 혹 「살인자의 기억법」마냥 나이 듦과 감퇴하는 기억력으로 인해 본업인 방역에 어떤 문제가 생기게 되는 내용이 아닐까 쉽게.. 2020. 5. 20. 자기 앞의 생 속이 꽤 시끄럽던 어떤 날, 혹 이 소란을 잠재워줄 방안이 있을까 기대하며 정신과 의사들이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들었다. 마음의 문제였던 거다. 실낱같은 기대와는 달리 또렷한 해법은 없었지만 같은 시간을 살며, 모두 참 다른 모습과 생각으로 살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처럼 머리와 속에 소음이 가득한 사람들의 사례가 소개되었고, 의사는 제한된 조건이라 조심스레 진단하고, 나름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몇 편의 방송을 찾아 듣는 행위가 위안을 주지는 못했지만, 고민의 무게는 줄여주었다. 세상엔 참 고민거리가 많아, 내 품의 고민이 가장 큰 것이 아님을 알게 했다. 방송에서 의사가 책을 한 권 추천한다.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 곧 그의 삶부터 소개된다. 로맹 가리. 그는 첫 소설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고,.. 2020. 5. 18. 열 문장 쓰는 법 저자의 책을 두 권 읽었었다.이번 책은 전에 읽었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동사의 맛」처럼 첫눈에 마음이 동하여 구매한 책은 아니다.주절주절 나의 글을 쓰고 있을 때라,건방지게도 열 문장은 스스로 쓸 수 있다 여겼나 보다. 책을 사면 교정 부호가 적힌 커다란 종이를 줬다. 그게 갖고 싶었다.저자는 교정자로 오래 일한 경력이 있기에,왠지 더 믿음이 가는 그 교정 기호표를 내 방 한편에 붙여두고 싶었다.투박한 글을 잘 다듬어 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책은 짐스럽지 않은 크기에 제법 화려한 표지를 하고 있다.글을 모두 읽고 들었던 생각은,「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동사의 맛」, 「열 문장 쓰는 법」 순으로 읽을 게 아니라「열 문장 쓰는 법」,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2020. 5. 11. 경찰관속으로 독립출판으로 시작한 「경찰관속으로」. 유명세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현직 경찰이 썼다는 뭉텅이만 알고 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고등학교 친구 중 경찰이 된 녀석이 있다. 굳이 세어보니, 벌써 경찰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 이따금 경찰직의 고충을 털어놓던 친구가 생각나 어느 날 망원동 책방에서 이 책을 샀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또 짧은 이야기들이 부분마다 묶여있다. 읽기 고되지 않은 양과 느슨한 배분. 쉽게 읽으리라 생각했던 그 책을 모두 읽는 데 얼추 한 달이 걸렸다. 어렵거나 지루해서가 아니다. 글은 쉽게 읽혔다. 짧은 이야기를 몇 개 접하고선, 이상하게도 매번 책장을 덮게 됐다. 이야기의 무게다. 책 읽는 걸음을 늦추는 처참한 현실의 무게. 현장에서 직접 보고.. 2020. 5.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