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으로 시작한 「경찰관속으로」.
유명세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현직 경찰이 썼다는 뭉텅이만 알고 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고등학교 친구 중 경찰이 된 녀석이 있다.
굳이 세어보니, 벌써 경찰이 된 지 10년이 넘었다.
이따금 경찰직의 고충을 털어놓던 친구가 생각나 어느 날 망원동 책방에서 이 책을 샀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고, 또 짧은 이야기들이 부분마다 묶여있다.
읽기 고되지 않은 양과 느슨한 배분.
쉽게 읽으리라 생각했던 그 책을 모두 읽는 데 얼추 한 달이 걸렸다.
어렵거나 지루해서가 아니다.
글은 쉽게 읽혔다.
짧은 이야기를 몇 개 접하고선, 이상하게도 매번 책장을 덮게 됐다.
이야기의 무게다.
책 읽는 걸음을 늦추는 처참한 현실의 무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생생함이 책 속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글쓴이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닌, 철저히 개입해야 하는 매 순간의 당사자.
일반적인 사람도 하루에 수십 개씩 일어나는 사건의 현장을 보고 듣는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방 안에서, 철저히 안전한 사각형 안에서 눈과 귀를 여는 행위다.
유려한 말투의 전달자를 통해, 심의를 통과한 언어와 장면으로 그것들을 접하게 된다.
그럼에도 고개를 흔들어 치를 떨고, 때로는 공분하며, 어떤 날엔 두려움을 가지기도 한다.
현장에 서 있던 그들은 어떨까.
전달 수단을 끊어내면 더는 그 끔찍함을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의 삶과 그들의 삶은 확연히 다르다.
일이라 마주해야 하고, 경찰이라 감당해야 한다.
늘 든든한 존재라 생각했다.
억울하거나 무서운 일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경찰.
중학생 시절, 책 대여비를 더 받으려 했던 대여점 주인아저씨와 실랑이를 하다
억울한 마음에 마침 길을 지나가던 경찰 아저씨를 붙들어 하소연했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경찰은 그런 사람이었다.
힘없는 자를 대신해 불의에 맞서주고, 옳지 않은 것을 바르게 잡아줄 강한 존재.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만 같은 친근한 일상의 영웅.
책을 읽으며,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사람 경찰’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내가 두려울법한 상황에서 그들도 두려움을 느꼈고,
잔인하고 참혹한 현장을 보고는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다.
사람들이 외면한 구석을 살피며, 누구보다 따뜻한 눈물을 흘리는 세심함도 있다.
경찰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파출소에서 근무 중이었던 친구는
매일 취한 사람과 노숙자들을 대하며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 있었다.
‘여성으로 할 일이 못 된다. 절대 딸을 낳으면 시키지 않을 거다.’
친구는 한 번 웃지를 않고 그리 말했다.
경찰이면 멋지게 범인 잡는 일을 할 거라 생각했던 무지한 나는
그제야 경찰이 처리하는 ‘진짜 일’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그리고 오늘,
이 책을 통해 친구의 삶에는 더 많은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는다.
글쓴이는 특정한 인물이 아닌
한 명의 경찰로 인식되기 위해 본명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지나가는 경찰차를 보며 저분이 글쓴이가 아닐까 괜히 생각해보게도 된다.
덕분에 해당자가 아님에도 글쓴이를 대입시켜,
한 번이라도 더 노고에 대해 생각하게 되니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
같은 책을 한 권 더 살 예정이다.
아직도 열심히 경찰로 사는 친구에게 선물해야겠다.